지난 30년간 진화연산과 시스템반도체 분야 연구개발에 종사하면서 한 가지 아쉬운 현실을 목격해왔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상용화에 실패합니다. 훌륭한 기술이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혁신 속도가 시장과 맞지 않아 실패하는 장면을 수없이 봐왔습니다.
60년간 컴퓨팅과 반도체 산업은 무어의 법칙을 따라 혁신을 이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AI가 모든 것의 판을 바꿔놓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Morgan Stanley 하드웨어 반도체 지수가 10년 만에 소프트웨어 지수를 추월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기술이 무기가 되는 시대'에 서 있습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는 핵심 전략 자산이 되었습니다. 한국은 동북아 반도체 1등 국가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설계와 제조를 모두 장악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디커플링을 가속화합니다. 지금의 이러한 AI환경은 도전이자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다만, 우리가 살아남고 도약하려면 결국 답은 '인력 양성'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인재를 키워야 할까요? 그 단서를 최근 작고하신 연세대학교 신학과 한태동 교수님 철학에서 찾고자 합니다. 다양한 관점의 융합과 입체적 사고가 지속 가능한 혁신의 동력이라는 통찰입니다.
기술이 무기가 되는 시대, 우리가 시급하게 확보해야 할 세 가지 핵심 인재상이 여기에 있습니다.
첫째, '기술 혁신가'입니다. 경계를 넘나들면서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며, 부단하게 해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기술과 시장이 만나는 접점에서 생태계 전체를 바라보는 '비즈니스 확장가' 입니다. 이를 통해 기술의 가치를 산업으로 창출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기술과 지정학의 교차점에서 현실성과 상상력을 갖춘 '전략가'입니다. 올해 초 딥시크의 창업자 량 웬 펑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중 간 AI 기술력 격차는 1~2년에 불과하지만 진짜 격차는 독창성과 모방의 차이에 있다."고 합니다. 천문학적 투자로 인프라는 갖춰지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실리콘 웨이퍼의 콘텐츠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바로, 상상력의 전쟁입니다.
연세대학교 AI반도체혁신연구소가 9월 17일 공식 출범했습니다. 1946년 맨하튼 프로젝트가 해체되는 시점에 미해군의 혜안으로 탄생한, RAND 연구소처럼, 연세대학교 AI반도체혁신연구소는 글로벌 씽크탱크로 성장하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이 여정을 산·학계 핵심 파트너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아키텍처부터, 회로 설계, 소자,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까지 전체를 아우릅니다. S.E.M.I 프레임워크 기반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AI반도체 전문 인력 110명 이상을 양성할 것입니다.
140년 전,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생님께서, 한국인의 잠재력을 믿고 연세대학교를 설립하셨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혜안으로 탄생한 AI반도체혁신연구소가, 기술이 무기가 되는 시대, 위기와 불확실성을 '혁신의 기회'로 전환하겠습니다. 여러분, 함께 이 혁신의 여정을 시작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